
2시간 가까이 <썸머워즈>를 보면서 떠오른 건, 어찌보면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지팡구>랑, <침묵의 함대>였다.
일단 <지팡구>의 대강 스토리는 21세기 최신예 이지스함이 어찌어찌하여 타임슬립을 하게되서 2차 대전에 휘말린다는 가정하에 벌어지는 전쟁물이다.
39권까지 나왔는데, 이십몇권까지 읽다가 던져버렸다. 지루한 진행은 둘째치고, 이게 <침묵의 함대>랑 결국 주제가 같다는 게 문제였다.(똑같은 개소리긴 한데, 전에 한번 들어본 개소리라 지겹다 이거지..)
이미 완결된 <침묵의 함대>의 주제는 이거다.
'핵으로 일본을 박살낸 미국을 어떻게 믿냐, 평화를 사랑하는(...) 자위대를 중심으로 UN평화군만 남기고 지구의 모든 군대를 없애자.'
핵을 맞아본 나라만이, 핵을 쏠 자격이 있다는 논리인데, 어쩌다가 일본이 핵을 맞게 됐는지에 대한 고찰은 눈꼽만큼도 없다.
카와구치씨가 가진 핵에 대한 분노는 <지팡구>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이 책에선 핵을 쏘는게 일본이라 할지라도 용서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흘러간다. 일본이야 역사적으로 핵 쏜적이 없으니, 결국은 미국만 죽일 놈이란 거다.
<썸머 워즈> 수준이 딱 그 모양이다. 멋진 그래픽과 가족애로 포장해 놓았지만,
그 중심엔 2차 대전 후 폐허에서 일어난 과거를 말하는 90세 할머니가 있고,
최고조의 긴장을 유발하는 촉매는 원폭의 추억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원인유발자는 일본인, 문제를 일으키는 건
공교롭게도 미국방성.
그리고 2차대전 일본면책론의 핵심인 "원인은 제공했지만, 내 책임은 아니야!!'란 대사까지.
이쯤이면 이건 가족오락물을 가장한 집단최면물이다.
'우리가 어쩌다 핵쳐맞았는지는 기억 안 난다. 어쨌거나 가족은 지켜야한다.'
아... <반딧불의 묘> 이후로 계속되는 지겨운 개소리...
아무리 개소리라도 듣기 그럴듯하면 넘어가겠는데, 개연성 마저 엉망이고,
원폭에 버금가는 폭발을 앞두고, 그것을 막기 위한 결전방식도 어처구니가 없다.
특히나 실망스러웠던 건 주인공측의 히든카드가
드래곤볼 손오공이 쏴대는 원기옥 수준이었다는 거.
'모두가 힘을 합하면!!'
그래, 모두가 착하게 살면 지구의 모든 사람은 행복해 질거고,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면 법같은 필요없겠지.
근데 그런 논리라면 공산주의도 성공할 수 있단 말이야 이 십장생들아.
불필요하기 짝이 없던 여주인공 변신씬도 맘에 안 들고,
90살 먹은 할머니가 전화 몇통으로 인터넷 해킹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도 어이상실.
어쩌다 이걸 돈주고 봤다니! 이번달 CGV 50% 할인을 이 따위 영화에 날려 먹다니!!!!!!! 그나마 하얀 원피스 입은 여주인공이 이뻐서 허연별☆ 한개.
굳이 설명하자면...
차라리 야동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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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투하에 관해 일본인들과 대화를 할 때면, 십중팔구 그건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만행이라고 이야기하는 일본인들이 많았습니다.
원인은 자기들이 제공했어도, 자기들이 그런 책임을 질 이유는 없었다는 논리죠. 아니, 자기들이 져야할 책임 그 이상을 받았다고 주장하지요.
영화에서도 똑같은 대사가 나옵니다.
오즈가 붕괴된 원인은 제공했어도, 자신은 그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인물있지요?
영화에선 기적적으로 대재앙을 피합니다.
아마도 그게 일본인들이 원했던, 1945 썸머워즈였겠죠.
원인은 제공했어도, 가족 누구하나 다치지 않고 해피하게 끝난 전쟁.
모두가 힘을 합쳐 이겨낸 전쟁.
(실제론 모두가 힘을 합쳐 자살공격을 했죠. 그런 특공 덕에 일본은 피해를 훨씬 늘렸습니다.)
그런 썸머워즈를 꿈꾼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불쾌했습니다.
일본이 미워서라기보단, 그런 파렴치함 자체가 불쾌했습니다.
글을 도중에 수정한 건 스포들을 마구 뿌려대고
* 경고 여기부턴 스포이니 어쩌구저쩌구 * 해선,
그 불쾌함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구요.
난데없이 쳐들어온 외계인에 대항해 싸웠거나,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이런 일을 벌였으면,
그저 신나고 볼거많은 애니메이션이었을텐데
누구보다 아쉬운건 시달소 차기작이라고 엄청 기대한 접니다.
(사실 예고편에서 하늘에서 뭔가 쿵 떨어지는게 외계인의 침략인 줄 알고 있었다는...)
누군가는 썸머워즈를 보고 별다섯개를 줄수고있고,
누군가는 별세개를 줄 수도 있습니다.
'넌 왜 나랑 다른 별 갯수를 줬냐'고 따지는거 우습지 않나요?
영화를 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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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와비스케를 대하는 할머니의 태도만 보고 '이건 그런 내용이 아니다'란 주장을 하는데,
전 오히려 할머니의 그런 태도가 더 맘에 들지 않더군요.
1. 여기서 죽어! ... 그래서, 와비스케가 죽나요?
전쟁책임을 진짜 가지고 있는 세대의 립서비스에 홀랑 속아 넘어갔다는 생각은 조금도 못하시는군요들.
2. 고생하면 면책받을 수 있다...
전후 그렇게 노력한 독일조차 유럽에선 아직도 전범국으로 찍혀있습니다.
일본? 아직도 '다케시마 우리땅'..이러고 있지요. ㅉㅉ
3.'원인은 제공했지만 책임은 없다.'
이 주장 자체가 일본피해자론의
핵심 중의 핵심이고,
이 대사가 튀어나온 것만으로도 이 영화에 저의가 깔려 있단 걸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귀로 그걸 듣고도 '이 영화는 그것과
무관하다'고 거품무시는 분들.....
생각 좀 하고 사시죠들.